- 악성 뇌종양 '교모세포종' 재발 원인 찾아내고, 이를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
- 동물 실험에서 재발률 줄이고 생존율 60~70% 향상시키는 데 성공
- 논문,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Molecular Cancer' 게재
[위즈뉴스] 국내 연구진이 악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한 교모세포종의 재발 원인을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신경줄기세포에서 찾아내고, 이를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현재 교모세포종은 수술을 받더라도 재발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기대 생존 기간이 1년 내외로 매우 짧다.
서울대는 6일, 의과대학 이주호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 강석구 교수 연구팀, KAIST 이정호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교모세포종의 재발이 수술 후 남아 있는 암 조직뿐만 아니라 뇌실하지역의 신경줄기세포에서 기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견을 바탕으로 신경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줄기세포 수용체(CXCR4)를 차단하는 치료법을 개발해, 동물 실험에서 재발률을 줄이고 생존율을 60~70%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암생물학 분야의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Molecular Cancer(IF=27.7)' 3월 4일 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Distant origin of glioblastoma recurrence: neural stem cells in the subventricular zone serve as a source of tumor reconstruction after primary resection'이며, 서울대 이주호 교수와 연세대 강석구 교수, KAIST 이정호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고려대 김현정 교수와 서울대 리슈에 박사후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 재발암이 잔여 암 조직에서 발생한다는 상식에 도전하는 것"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재발암이 잔여 암 조직에서 발생한다는 상식에 도전하는 것으로, 잔여 암 외에 멀리 떨어진 기원에 숨어있는 암씨앗인 신경줄기세포가 재발암을 새롭게 구성해서 발생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doi.org/10.1186/s12943-025-02273-2
이번 연구의 내용과 의미를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1. 교모세포종은 왜 재발이 잦은가?
교모세포종은 악성도가 매우 높은 뇌종양으로,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더라도 대부분의 환자가 1년 이내에 재발한다. 기존에는 종양이 치료 저항성이 높아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암세포가 다시 증식하면서 재발한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연구팀은 재발의 원인이 단순히 남아 있는 종양세포 때문이 아니라, 뇌 깊은 곳에 위치한 신경줄기세포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신경줄기세포는 정상적으로 뇌의 재생을 담당하는 세포이지만, 특정 환경에서 종양으로 변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 재발 원인을 어떻게 밝혀냈나?
연구팀은 교모세포종 환자의 초발암(처음 발생한 암)과 재발암(재발한 암) 조직을 비교하는 유전체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재발암의 절반 이상이 초발암과 유전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오히려 뇌실하지역의 신경줄기세포와 유전적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종양의 재발이 단순히 기존 종양 조직의 잔존세포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뇌 깊은 곳의 신경줄기세포가 새로운 암세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연구팀은 동물모델을 개발하여 신경줄기세포가 독립적으로 재발암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3. 신경줄기세포는 어떻게 암으로 변하나?
연구팀은 수술 후 절제된 부위에서 특정 신호가 발생하여 신경줄기세포를 암으로 변하게 하는 과정을 밝혔다. 수술 후 절제 부위에서는 혈관내피세포가 'CXCL12'라는 단백질 신호를 분비하는데, 뇌실하지역에 존재하는 신경줄기세포의 표면에 있는 CXCR4 수용체가 이를 감지하고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신경줄기세포가 종양세포로 변하며, 절제 부위로 이동하여 재발암을 형성하게 된다. 즉, 신경줄기세포가 수술 부위로 유도되어 새로운 종양을 형성하는 것이 재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4.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치료법은 무엇인가?
연구팀은 신경줄기세포의 CXCR4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재발암 발생을 억제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CXCR4 수용체를 차단하면 신경줄기세포가 CXCL12 단백질 신호에 반응하지 않게 되어, 절제 부위로 이동하지 못하고 종양 형성을 막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치료법을 동물모델에 적용한 결과, 종양의 재발률이 현저히 감소하였으며, 치료군의 생존율이 60~70% 향상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기존의 치료 방식과 비교했을 때 매우 큰 개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5. 이번 연구는 어떤 의미를 갖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교모세포종의 재발 원인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규명한 중요한 성과"라고 밝혔다. 기존의 치료 전략은 종양 자체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후 남아 있는 신경줄기세포의 역할을 차단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추가 연구와 임상 시험을 통해 CXCR4 수용체를 차단하는 치료법이 실제 교모세포종 환자들에게 적용된다면, 재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종양 치료뿐만 아니라, 암 재발을 줄이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